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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초반 직장인의 ‘당뇨 1년 일기’ – 알지 못했던 병, 마주하게 된 현실

뚱카대디 2025. 11. 29. 09:23

(이 이야기는 100%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내용입니다.)

1월 – 몰랐던 병이 나를 덮치다

“야근할 때 졸리면 콜라 한 캔은 기본이지.”

40대 초반. 대기업에서 일하며 책임도 늘고 야근도 많아졌다.
스트레스를 견디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마시던 탄산음료는 이제 하루에 2~3캔이 일상이었다. 단 음료가 몸에 좋을 리 없다는 건 알았지만, 당뇨는 남의 이야기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야근 중에 이상한 증상이 왔다.
입안이 바싹 마르고, 침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혀는 까끌까끌하고, 눈도 침침했다. 갑자기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지자 겁이 났다. 결국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에서 피검사를 하고 30분 뒤, 의사는 놀라울 정도로 평온하게 말했다.

“혈당이 450이 넘었습니다. 당뇨가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설마 내가?’
이 말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인슐린을 맞고 나니 그 답답하던 입마름이 바로 사라졌다.
그 순간, 부정하고 싶던 병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2월 – 내분비내과 첫 방문, 현실을 마주하다

평일에 내분비내과에 갔다.
의사는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당분간 탄산음료 금지, 흰쌀밥 줄이기, 과일도 제한해야 합니다. 총 탄수화물량을 통제해야 하고… 식사량도 지금의 절반 이하로 줄여야 합니다.”

충격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라면, 삼겹살, 족발, 초밥…
먹을 수는 있지만 ‘아주 조금만’이라니.

식단표를 받아 보니 내가 평소 먹던 양의 1/3도 안 되는 수준.
회사 구내식당에서 밥 한 공기 먹고도 배고파하던 내가, 이걸 지키라고?

약 처방을 받아 들고 나오는데 눈앞이 캄캄했다.


3~4월 – 실패의 연속

약을 먹으며 식단 조절을 시작했다.
하지만 회사 주변에는 맛있는 음식이 너무 많다.

“오늘만 괜찮겠지?”
“이 정도는 먹어도 괜찮지 않겠어?”

이런 핑계로 점심은 돈가스, 저녁은 떡볶이.
그러다 야근하면 다시 탄산음료가 손이 갔다.
혈당은 내려가는 듯하다가 다시 올라가고, 체중도 요요처럼 출렁였다.

의사에게 혼이 났다.

“지금처럼 먹으면 합병증 오는 건 시간문제예요.”

듣고도 막상 식사시간이 되면 마음이 흔들렸다.
사람은 참 쉽게 변하지 않는다.


5월 – 나는 결심했다, 약을 끊겠다(그리고 다이어트 시작)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약을 평생 먹을 바엔… 차라리 살을 빼자.”

2형 당뇨는 지방량과 밀접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40대 중반이 되기 전 마지막으로 몸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부터 다이어트는 시작됐다.

  • 샐러드
  • 닭가슴살
  • 야채
  • 숯불에 구운 고기 조금

탄수화물은 거의 끊고 단백질·야채 위주의 식사를 했다.
초반엔 배고파서 잠도 잘 못 잤지만, 일주일, 한 달… 버티다 보니 익숙해졌다.


6~10월 – 6개월간의 변화

몸무게는 25kg이 빠졌다.
110kg이 넘던 몸이 어느새 90kg을 찍었다.

주변 사람들도 놀랐다.

“야 너 사람 됐다!”
“얼굴이 반쪽이네!”

자존감이 정말 오랜만에 올라간 순간이었다.

그리고 6개월 뒤, 다시 내분비내과를 찾았다.

검사 결과지에는 믿기 어려운 숫자가 찍혀 있었다.

당화혈색소(HbA1c) 5.8
정상 범위였다.

담당 의사가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면 거의 정상인 수준입니다. 정말 잘 하셨어요.”

그날 저녁, 작은 보상을 위해 치킨을 한 조각 먹었다.
‘이제부터는 유지하며 살자.’
그게 내 계획이었다.


11월 – 유혹은 너무 강했다

문제는 유지였다.

90kg 유지?
말은 쉽다.

밤이 되면 배에서 소리가 나고,
회사 회식에서 불판에서 굽는 고기 냄새를 참는다는 건 고문이나 다름없다.

조금 먹기 시작하다 보니 금세 한 그릇, 두 그릇…
체중은 다시 91kg, 93kg, 95kg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혈당도 다시 150~180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했다.
도미노처럼 흔들리는 기분.


12월 – 혈당 체크기를 팔에 심다

나는 고민 끝에 결심했다.

“혈당을 눈으로 확인하면 참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팔뚝에 부착하는 연속혈당측정기를 달았다.
작게 따끔했지만 견딜 만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 빵 한 조각 먹자 → 혈당 180
  • 탄산음료 한 모금 → 200 근처
  • 밤에 라면 먹자 → 다음날 아침 혈당 220

숫자를 직접 보니 무섭다.
먹고 싶던 음식을 손에서 내려놓게 된다.

내 혈당이 바로바로 보이니까, 식욕보다 공포가 더 컸다.

덕분에 다시 혈당은 110~130 수준으로 안정되기 시작했다.
체중도 다시 93kg로 내려왔다.

문제는…

이 기계가 비싸다.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고, 1년 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혈당은 잡히는데
주머니 사정이 버티지를 못하는 것.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가 새로운 고민이 되었다.


마무리 – 1년의 기록

이 1년은 너무나도 길었고,
무섭고, 힘들고, 때로는 희망이 보이는 시간이었다.

나는 당뇨를 인정하고,
살을 빼고,
다시 흔들리고,
또 방법을 찾아내며 하루하루 버텼다.

그리고 지금 든 생각은 단 하나다.

“내가 이 병을 이기는 게 아니라, 평생 함께 관리해나가는 거구나.”

앞으로도 넘어질 테지만,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이 글이
누군가 당뇨를 처음 마주하고 두려움에 떨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도 혈당 체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