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맛집] 이가네 함흥냉면 — 냉면, 돈가스, 만두까지 다 되는 옛스러운 찐맛집

안녕하세요, 오늘은 지난 일요일에 장인어른의 율마농장에 놀러 갔다가 들러 점심식사를 하고 온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의 예스러운 맛집. 이가네 함흥냉면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장인어른께서는 어제 음주를 무척 과하게 하셔서 속이 좀 좋지 않은 상태이셨는데요, 그래서 속을 풀고자 시원한 함흥냉면 한그릇 하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아내는 함흥냉면집 얘기를 듣자마자 ' 아아 거기 이가네? 거기 맛있지. ' 하면서 맞장구를 치더군요,  저는 속으로 '오! 냉면얘기 나오면 바로 거기야? 찐맛집인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지역마다 그런 맛집들이 하나씩 있잖아요ㅎㅎ 메뉴별로 제일 괜찮은 그런 집.

그런데 아내가 말을 이어갔습니다. '아아 거기 이가네? 거기 맛있지~ 거긴 돈가스가 맛있어.'

오잉? 냉면집이 냉면이 맛있어야지 돈가스가 맛있어? 그래요 그럴 수 있죠. 메인메뉴와 사이드 다 맛있으면 더 좋죠. 계속 이어지는 정보에 의하면 만두도 맛있다네요. 어허~ 이렇게 맛있는 게 많다니, 맛이 있건 없건 저는 일단 환영입니다. 다양하게 먹을 수 있잖아요ㅎㅎ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간판이 어딘가 옛스러운 느낌으로 오랫동안 운영해 온 가게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입구는 그리 넓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안쪽으로 깊은 구조의 매장이라서 식사할 수 있는 테이블이 꽤 많더군요. 메뉴판에는 냉면, 돈가스, 만두 딱 이 세 가지로 다 할 수 있는 메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다 맛있는 맛집이겠네요.

더 반가운 건 테이블마다 키오스크가 있다는 점. 오랜 가게에서 키오스크가 있다는 건 보통 장사가 잘되고 손님이 많아서 일손을 덜기 위해 도입한 경우가 많죠. 제 경험상 이런 집이 맛집일 확률이 높습니다.

 

고민할 것도 없 대표음식 하나씩 주문했습니다. 찐맛집의 증거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는데 먹을 수 있을 때 다 먹어야 봐야죠. 돈가스 물냉면 비빔냉면 찐만두 주문완료! 굶주린 배를 가득 채워주는 한국인의 정이 담긴 글씨 (곱). 메뉴판에는 곱빼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장인어른 앞에서는 나름의 품위를 유지 중이라 꾹 눌러 담았습니다.

쥬륵... 주문한 메뉴가 하나씩 나오기 시작하니 이제 냉정한 평가의 시간입니다.

먼저 돈가스부터 먹어보겠습니다. 이게 단면사진을 못 찍은 게 상당히 아쉬운데요. 장인어른 앞에서 예의 지키려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여기 돈가스의 가장 큰 특징은 돼지 잡내가 전혀 안 난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등심을 숙성하거나 염지해서 고기를 부드럽게 하고 냄새를 잡아준 것 같아요. 

왕돈가스 스타일로 망치로 두드려 납작하게 편 방식인데, 고기가 좀 더 두툼해서 씹는 맛이 있습니다. 그리고 고기에 흑후추가루가 골고루 뿌려져 있는데, 아마 이게 잡내를 완벽히 잡은 비법인 듯합니다.  소스도 평범한데 기준이 되는 평범한 맛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아무것도 거슬리지 않는 느낌이라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물냉면 비냉면입니다.

 

면이 정말 얇은데도 퍼지지 않고 쫄깃함이 유지됩니다. 이로 끊으려면 잘 안 잘려서 꼭 가위가 필요할 정도예요.

비빔냉면 역시 평범한 것의 기준에 가까울 정도로 맛있는 양념이라서 맛있게 먹었고요.

물냉이 좀 독특합니다. 무 절임이 살짝 덜 숙성된 듯했는데, 이는 아마도 사온 게 아니라 직접 담근 것 같더군요.

더 신기한 건 오이입니다. 냉면 국물의 맛을 올려주고 아삭함을 책임져주는 오이가 그냥 오이가 아니라 오이지였습니다..(충격) 냉면 안에 오이지는 처음이라 많이 당황하였지만 익숙한 맛 들인데 양념 자체가 서로 친한 애들이라 거슬림이 없어 맛있더군요. 국물은 제 혀가 기억하는 바로 그 옛날식 냉면 육수 맛. 올라간 고기도 사태 부위 같은데 퍽퍽하지 않고 담백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만두.

 

만두 먹고 확신했습니다. '아 여기 직접 다 만드네..'  속을 보니 시판 만두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맛은 예전에 할머니가 꽉꽉 채워주시던 손만두보다 살짝 덜하지만, 분명 옛날식 수제 만두 맛입니다. 요즘 인스턴트 소스 들어간 만두와는 아예 결이 달라요.

 

먹으면 먹을수록 손님이 많은 이유를 알게 되네요.

냉면, 돈가스, 만두 모두 “평범한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옛스러운 손맛이 살아있어 좋은 가게입니다. 
다만 어린아이들에게는 다소 밋밋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서 속 시원한 냉면과 든든한 돈가스, 그리고 추억의 손만두를 맛보고 싶으시다면, 이가네 함흥냉면을 추천드립니다!